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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합의안 투표 최대 변수는 '비메모리 조합원 마음'


합의안, 회사 '성과주의 경영원칙'과 노조 요구 절충
최대 성과 메모리에 최대 혜택...비메모리 박탈감 커
최승호 "기대 못미친 부분 있어"…조합원 판단 존중
22일부터 27일까지 잠정 합의안 노조원 찬반투표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밤 2026년 임금단체협상안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이 안을 놓고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합의안이 통과되면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다.

그러나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삼성전자 노사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찬반 투표 최대 변수는 삼성전자 DS부문 내 메모리사업부 소속을 제외한 조합원들의 '마음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크게 완제품 분야를 담당하는 DX부문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으로 나뉜다. 또 DS부문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3개 사업부로 나뉜다.

이번 합의안에 대해 메모리사업부는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외 DS부문 내 2개 사업부와 DX부문 조합원들은 어느 정도 불만을 갖고 있다. 회사의 성과주의 경영원칙에 따라 성과급이 차별적으로 배분됐기 때문이다.

여명구(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밤 10시 40분경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사 대화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여명구(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밤 10시 40분경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사 대화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DS부문 내에서도 찬반 의견 엇갈리고 DX도 불만

삼성전자 DS부문 내부 게시판과 노조 소통방 등에는 잠정합의안 공개 직후부터 "결국 메모리 중심 합의안"이라는 반응과 "대안이 없었다"는 의견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 사업부와 노조원 사이에 견해가 갈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영향으로 실적이 빠르게 반등한 반면, 파운드리·시스템LSI는 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DS부문 안에서도 성과급 체계 개편에 대한 생각 차이가 큰 셈이다.

한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르팡(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함께 부르는 사내 은어) 출신 간부는 없느냐"며 "의견 반영이 전혀 안 된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직원은 "합의안은 르팡 입장에서는 개악에 가깝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르팡은 구조적으로 성과급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특히 "부결 후 다시 논의해야 한다"거나 "(전체 임직원 12만명 중 7만명 이상이 가입한 초기업노조의) 과반노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반응도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는 총파업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컸던 만큼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DS 직원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다"며 "다른 대안이 없으니 만족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여명구(왼쪽부터)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20일 밤 10시 40분경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사 대화를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진행된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전경. 노사는 20일 밤 10시 30분경 4층 회의실에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사진=권서아 기자]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밤 10시 30분경 경기 수원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재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예정됐던 18일간 총파업은 일단 보류됐으며, 노조는 오는 22~27일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기본 임금인상률(Base-up) 4.1%, 평균 성과인상률 2.1%, 샐러리캡 상향 등이 담겼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기존 OPI 체계와 별도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재원을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로 정했다. 지급 한도는 두지 않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 배분은 40%를 DS부문 공통 몫으로, 60%를 사업별 실적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또 공동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했다. 다만 적자 사업부도 1년뒤부터는 부문 재원을 활용해 산출된 공동 지급률의 60%를 적용받는다. 성과급은 자사주 형태로 지급되며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고 나머지는 각각 1년·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DX부문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DX부문 한 관계자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의 가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며 "잠정합의안 투표를 앞두고 부결 의견에 공감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사업부별 조합원 수와 투표 참여 여부가 찬반 결과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DS부문 내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의 찬반 성향과 DX부문 내 조합의 투표 참여 숫자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 인력은 DS부문이 약 7만8000명, DX부문 인력이 약 5만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최근 기준으로 삼성전자 내 3개 복수노조 가운데 이번 협상을 주도한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약 7만명이고, 공동투쟁본부로 마지막까지 참여한 전삼노 조합원은 약 1만6천명이며, DX부문 직원이 많아 협상과정에서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진 동행은 약 1만1천명이다.

특히 동행 조합원이 2300명에서 1만1천명으로 급증한 게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 "성과주의 넘어 신뢰 회복 과제"…삼성 노사관계 재정립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 임단협 갈등을 넘어 삼성전자 내부 성과주의·보상 구조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 통화에서 "이번 협상은 노사가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정부가 사후조정 방식으로 중재에 나선 사례"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성과급 체계가 향후 다시 바뀔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있었고, 회사 역시 노조를 대하는 방식에서 기본적인 존중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급 배분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업부별 성과를 차등 배분하는 문화가 DS·DX 갈등을 키운 측면도 있다. 극단적인 성과주의 문화 역시 수정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부문 직원들 입장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크게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며 "회사는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구성원들의 요구와 만족도를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 성과 배분 문제가 파업까지 이어질 정도의 교섭 사안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생길 수 있다"며 "근로조건과 경영권 영역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기대 못 미친 부분 있을 수도…조합원 판단 성적표로 받겠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올린 글에서 "이번 교섭은 단순한 임금 결정의 자리가 아니라 회사의 원칙과 노동조합의 원칙이 정면으로 부딪힌 싸움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를 조합원들이 주신 초기업노조의 성적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임금협약을 발판 삼아 현장 조직을 넓히고 2027년 임단협 및 노사관계를 비롯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하나씩 매듭지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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