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해외 제약사들이 GLP-1 계열 비만약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이 '장기지속형' 기술로 틈새 공략에 나섰다. 기존 치료제보다 투여 횟수를 줄이는 전략이지만, 약물이 체내에 일정하게 방출되는 지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웅제약의 약물전달 플랫폼 '큐어(CURE®)'를 활용한 세마글루타이드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념도. 약물을 마이크로스피어 형태로 만들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했다. [사진=대웅제약 제공]](https://image.inews24.com/v1/a7c95beb8873cd.jpg)
14일 업계에 따르면 장기지속형 비만 신약 개발을 추진 중인 개발사는 대웅제약, 동국제약, 유한양행,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꼽힌다. 공통분모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활용해 최소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미 시장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성분이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주 1회 주사제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여기에 자체 약물 전달기술을 더해 투여 간격을 늘리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약효는 유지하면서 주사 횟수를 줄여 투약 편의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특허 만료도 개발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한국 특허는 2028년 안팎에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올해부터 특허가 풀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2032년까지 특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 장벽이 낮아지는 시장부터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단순 복제보다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장기지속형 제형의 핵심은 약물 방출 조절이다. 투여 직후 약물이 과도하게 방출되면 부작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방출이 늦거나 불안정하면 치료 효과를 유지하기 어렵다. GLP-1 계열 약물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한 만큼 방출 속도와 안전성 관리가 중요하다.
임상에서도 검증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의 최고 혈중 농도와 유지 시간, 반감기 등을 확인하는 약동학(PK) 평가가 핵심이다. 이후 임상에서는 체중 감소율, 허리둘레, 혈당·지질 등 대사 지표 개선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역시 비만 치료제 승인 과정에서 장기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성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제형 변경 과정에서 잇따라 난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지난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했으며, 다른 후보물질 역시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노보노디스크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도 후기 임상에서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를 내며 시장의 눈높이를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검증된 성분이라 하더라도 제형이 달라지면 다시 ‘신약 수준’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장기지속형 제형은 단순히 약효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밀한 방출 제어 기술이 핵심”이라며 “초기 방출 억제와 지속 방출 구간의 안정성이 임상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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