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속도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을 가속하겠다는 방향성은 같지만, 실제 속도 개선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 속도전…오세훈의 '쾌속통합' vs 정원오의 '착착개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8일 "일부 겹치는 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빌미로 몇 년 뒤에 시작한 착착개발이 원조고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이 그것을 따라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10년 정도 영업한 원조 닭집 옆에 신장개업하면서 자기가 더 원조라고 간판 내거는 것과 같은 아주 비양심적인 행동"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대통령발(發) '전월세 씨 말리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며 "선거 이후 이 정책들이 철회돼야 전월세난이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 후보는 '쾌속통합'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걸었다. 추진위원회 구성을 생략하고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동시에 처리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통AI기획'을 신설해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11개 위원회의 27개 교차 검증을 사전에 수행한다.
이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추진해 온 신통기획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총 31만 가구의 주택 착공을 이뤄내고,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가구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신통기획은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줄여 정비사업을 단축한 신통기획 1.0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신통기획 2.0'을 발표했다. 신통기획 2.0은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 회의 생략, 사업시행인가 및 관리처분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절차 개선, 서울시 내 부서 간 협의 처리 절차 개선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내용이다.
이에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쾌속통합이 '착착개발'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착착개발은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 절차를 동시 진행해 정비사업 기간을 3년 단축하고,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10년 이내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용적률 특례 지역을 준공업지역까지 확대하고 조합이 공급하는 임대주택 매입 가격도 상향 조정해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개선하는 한편, 공사비 갈등 발생 시 검증단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500가구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고 시장 직속 정비사업 전문 매니저를 현장에 파견해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정 후보 캠프 측은 "똑같은 공약을 쾌속통합이란 이름표로 갈아 끼워 발표했다"며 "신통기획을 통해 정비사업 소요기간을 12년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자주 자랑해왔는데, 정원오 후보가 10년 이내로 줄이겠다고 약속하자 슬그머니 10년 이내로 목표를 바꿨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 후보에게는 정부, 국회와 협력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을 개정해 정비사업 절차를 확실하게 간소화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있다"며 "반정부투쟁을 시정 목표로 삼고 있는 오 후보 입장에서 이것까지 베껴가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부동산 공약=정비사업 공약'…부동산 이슈가 선거 향방 가른다
이처럼 서울시장 후보들이 정비사업 공약에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은 서울에서는 부동산 공약이 선거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오 후보에게 서울을 내준 이력이 있다.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크게 흔들린 영향이 컸다.
더욱이 서울은 지금도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 1주(지난 7일 기준)까지 누적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81% 상승해 전년 동기(1.43%)에 비해 상승 폭이 높은 편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여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에 따른 제약에도 대출 규제가 덜한 15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서울은 더 이상 개발할 곳이 없을 정도로 신규 택지가 사실상 없어 주택 공급은 정비사업을 통해서만 가능한 실정이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정비사업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속도전을 통한 주택 공급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신통기획과 착착개발의 공약 취지가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여준다는 점에서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지금도 신통기획으로 해주고 있는 정책을 민주당 후보도 주택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주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더라도 사업 속도를 저해하는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사비 인상이다. 최근 몇 년 새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는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4.42로 전월 대비 0.49% 상승했다. 기준 연도인 2020년(100)과 비교하면 30% 이상 오른 수치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추가분담금 증가, 소셜믹스 추진 에 따른 주민 반발 등과 같은 문제로 발생한 사업 지연 사례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 절차와 지원 정책만으로는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는 어렵다"며 "취지대로였다면 오 후보의 신통기획으로 이미 서울의 모든 정비사업장의 추진 속도가 크게 개선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한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사업성 개선이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지자체의 정비사업 속도전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사업 속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도 "서울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으며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단축은 신통기획과 공약의 당초 취지 자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성동구의 성수전략정비구역도 정비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됐지만 진행 속도가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정비사업 절차를 완화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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