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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검찰개혁 삼킨 음모론, 대통령 겨냥한 '거대 확성기'


'김어준 방송' 단독 보도 "대통령 뜻이다 공소취소하라"
'검찰 악마화'로 보완수사권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여
권력과 결탁한 음모론은 가짜뉴스보다 더 파괴적
선동 치우고 개혁 본지 찾아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살아

방송인 김어준씨가 2024년 12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암살조 가동 등 제보 내용을 밝힌 뒤 국회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2024.12.13 [사진=연합뉴스]
방송인 김어준씨가 2024년 12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암살조 가동 등 제보 내용을 밝힌 뒤 국회 경위들의 보호를 받으며 떠나고 있다. 2024.12.13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급기야 '대통령 공소취하 거래설'까지 나왔다. 그것도 야권 매체가 아니라 여권 성향 매체에서다. 지난 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서 한 출연자는 "단독 보도"라며 "누가 봐도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 검사들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줘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팩트"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친명계가 발끈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일 자신의 SNS에 "이제는 찌라시 수준도 안 되는 음모론으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느냐. 정말 어이가 없다"고 썼다. 사실이라면 증거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 출연자는 추가 방송에서 다시 자신의 주장을 확인했다. "팩트"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안은 단순하지 않다. 정말 팩트라면, 정부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 뜻을 팔아 검찰에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말이 된다. 그 자체로 중대한 국기 문란이다. 대통령 지시라면 탄핵감이다.

더 기이한 것은 이 주장의 출처다. 김어준씨와 그의 방송, 그리고 패널 출연자들 대부분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재명의 민주당' 시절 민주당 인사들이 줄을 서서 출연을 고대하던 방송이 바로 김씨가 진행하는 '겸손은 힘들다'와 '뉴스공장'이었다. 그런 방송에서 왜 하필 이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단독 보도' 형식으로 흘러나왔나.

김씨가 직접 이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레거시 미디어는 데스킹과 게이트키핑을 거친다. 아무리 자극적이고 '섹시한' 아이템이라도 확인과 검증의 문턱을 넘어야 비로소 기사나 방송이 된다. 그것이 언론의 최소한이다. 반면 유튜브 정치 방송은 이 문턱이 지나치게 낮다. 아니, 때로는 아예 없다. 그래서 사실과 추정, 제보와 음모론, 검증과 선동이 같은 무게로 흘러다닌다.

김씨와 그의 방송은 법적으로는 전통적 언론의 지위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미 거대 정치매체다. 청와대가 '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 소속 기자를 출입기자로 등록한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출연자가 한 말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플랫폼을 제공하고, 공신력을 실어주고, 확대 재생산의 무대를 만들어준 이상 정치적·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피해자이자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기록될 인물이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 다수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찰의 근본적 개혁을 원해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시도가 판결을 통해 확인되는 상황에서, 검찰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검찰의 최소 기능은 남겨두려 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의 판단일 것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면 국가 형사사법체계 전체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 검찰의 폐해를 바로잡는 것과 범죄 대응 기능까지 통째로 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개혁이지, 적개심을 제도 설계로 착각하는 것이 개혁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번 방송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갔다. 김씨와 그의 방송은 출연자의 입을 빌려 공소 취소를 조건으로 검찰이 대통령 측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이어 검찰이 이 대통령의 직무 행위 하나하나를 임기 말 수사를 위해 쌓아가고 있다는 프레임까지 덧씌웠다. 김씨 역시 "전형적인 검찰의 행태"라고 맞장구를 쳤다. 결국 검찰개혁 논의는 제도와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검찰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진영적 프레임으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출연자는 더 나아가 "지금 검찰 수뇌부가 공소 취소를 해주면 대통령, 그 말을 한 사람, 공소 취소를 해준 친명 검찰 수뇌부를 묶어서 통으로 보내버릴 수 있겠다고 계산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방송에 함께 있던 범여권 현역 의원도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 이런 우려를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이쯤 되면 '단독 보도'의 목적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검찰의 악마화'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그러나 이 과정의 최대 피해자는 정작 이 대통령이다. 출연자의 전언상 '최측근'으로 읽힌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며 특검 도입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이 대통령과 정 장관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던진 돌에 맞은 셈이 됐다. 의도된 오조준이든, 무책임한 선동의 후과든 결과는 같다. 정권만 상처 입는다. 이러니 정가에서는 이 대통령과 김씨 사이의 물밑 긴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말까지 나온다. 임기 1년도 안 된 여권에서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이번 파동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검찰개혁은 정치 유튜브의 언어로 설계할 사안이 아니다. 형사사법체계 전반을 다시 짜는 문제를 '우리 편이냐, 아니냐'의 세 대결로 몰아가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본다.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데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 권한 남용을 막으면서도 공백을 만들지 않으려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동시에 '제왕적 유튜버'의 폐해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 정치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정치권이 키운 유튜버들의 확성기에 휘둘려 왔다. 음모론이든 정파적 선동이든 조회 수만 나오면 무엇이든 흘려보내고, 문제가 생기면 "출연자 개인 의견"이라며 빠져나가는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는 풍경 뒤에는 이들 '제왕적 유튜버'의 해악이 적지 않다. 권력과 결탁한 음모론은 가짜뉴스보다 더 파괴적이다.

'대통령 공소취하 거래설'은 이제 경찰 수사로 넘어가게 됐다. 민주당은 '단독 보도'를 한 전 MBC 기자 장인수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는 발언 기회만 제공했다는 이유로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뒷말을 남기겠지만 법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사회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소음이 아니라 진상 규명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의 본지를 되찾는 일이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국가도 산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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