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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법, 구조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국회를 통과한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법’은 오랫동안 정체돼 있던 농산물 유통 구조에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 입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오프라인 경매 중심 체계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해법을 제시했다.

그동안 국내 농산물 유통 구조는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었다. 산지에서 소비자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지나치게 길었고 수도권 중심 물류와 복잡한 중간 단계는 고질적인 비용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감수해야 했고, 농민은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다.

이번 법안은 온라인 도매시장 구축을 통해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산지와 소비처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연결해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 형성과 유통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거래 참여자 관리, 대금 정산 체계, 분쟁 조정 장치 등을 제도화한 점도 기존 시장의 불안 요소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이 제도가 안착할 경우 기대 효과도 분명하다. 거래 정보가 데이터로 축적되면서 가격 왜곡 가능성은 줄어들고 불필요한 유통 단계를 줄이면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 도매시장에 종속되지 않고 전국 단위 거래가 가능해지면 농가의 판로 역시 확대될 수 있다. 유통 구조가 합리화될수록 소비자 부담과 농가 손실이 동시에 완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제도적 전환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디지털 접근성이다. 고령 농가와 소규모 생산자는 온라인 거래 환경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교육과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플랫폼은 일부 대형 농가와 유통 법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물류 인프라 역시 핵심 변수다. 거래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고 해서 유통 비용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산지 집하 시설, 저온 유통 체계, 권역별 물류 거점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비용 구조는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시스템만 바뀌고 현장은 그대로라면 개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우려는 새로운 독점 구조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사실상 단일 플랫폼으로 운영될 경우 가격 정보와 거래 데이터가 특정 운영 주체에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도매시장 중심 구조가 플랫폼 중심 구조로 옮겨갈 뿐이라면 유통 혁신의 본래 취지는 퇴색된다.

기존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구조와의 충돌도 현실적인 과제다. 오랫동안 형성된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율하지 않은 채 전환을 서두를 경우 시장 혼란과 반발이 불가피하다. 단계적 이행과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제도는 현장에서 힘을 잃을 수 있다.

이번 법안은 분명 방향성 측면에서는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 데이터 기반 유통 체계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만 법의 성패는 조문이 아니라 운영에서 갈린다. 공정한 관리 체계, 중소 농가 보호 장치, 물류 개선 전략, 현장 중심 지원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플랫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농산물 유통 개혁의 최종 목표는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민생 안정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변화와 농가 소득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법은 또 하나의 실험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법은 통과됐다. 이제 평가의 시간은 입법부가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도매시장이 이름 그대로 농업과 민생을 잇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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