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3kg에 불과한 인간의 뇌는 아직 그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만큼 복잡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남아있다. 노벨위원회는 202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선정하면서 ‘빛으로 조절되는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 공로에 힘을 실어 주었다.
뇌가 기억, 감정, 행동을 형성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의 꿈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칼 다이서로스, 독일 베를린대 피터 헤게만,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게오르크 나겔은 살아있는 뇌에서 개별 신경 세포의 활동을 켜거나 끌 수 있게 하는 광유전학을 발견했다.
노벨위원회는 5일 생리의학상을 발표하면서 “빛으로 조절되는 이온 채널과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을 인정해 이들 3명을 ‘2026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 마디로 뇌에 대한 이해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헤게만과 나겔은 독특한 성질을 지닌 단백질인 채널로돕신을 발견했다.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은 빛에 반응해 작동하는 이온 채널 단백질이다. 이들 2명은 이 단백질을 어떤 세포에 넣든 그 세포가 빛에 민감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이서로스는 쥐의 신경 세포에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도입했다. 청색광을 세포에 비추자 신경 신호가 활성화됐다. 다이서로스는 살아있는 쥐의 뇌에서 신경 세포를 작동시키는 빛 제어 스위치를 만들었다. 빛을 이용해 신경 신호를 제어하는 이 방법을 지금 과학계에서는 광유전학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소개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편지까지 동원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1932년 친구에게 “내 뇌는 내게 있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기계와 같다. 항상 윙윙거리고, 웅웅거리고, 솟아오르고, 포효하고, 급강하했다가 진흙 속에 파묻히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럴까?”라고 썼다.
이 편지를 인용하면서 노벨위원회는 “1.3kg밖에 되지 않는 뇌가 어떻게 어린 시절의 기억, 백일몽, 창의력을 담고 있을까”라며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빛을 이용해 뇌 속 개별 신경 회로를 켜거나 끌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고, 감정을 만들어내고, 행동을 유도하고, 다양한 정신 질환, 신경 질환과 관련된 뉴런의 유형을 연구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광유전학은 뇌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경계가 심장이나 장 등 신체의 다른 부위에 있는 다양한 세포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김준기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세 명의 연구자는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 세포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의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신경과학의 핵심 연구 기술로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다”며 “광유전학이란 유전공학과 광학 기술을 결합해 살아있는 동물 모델에서 특정 뇌세포 혹은 뇌 회로의 기능을 빛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빛에 반응하는 이온채널과 같은 광감응성 단백질을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특정 뇌세포에 발현시키면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해당 신경세포군, 뇌 회로의 활성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은 기존 전기 자극에 비해 특정 종류의 신경 세포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 결과 특정 신경 회로의 활성 패턴과 동물의 행동 사이 인과 관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실험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의학자들은 이 같은 혁신 기술을 이용해 실험 동물에서 특정 뇌 회로의 기능을 세포·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뿐만 아니라 개발 중인 신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가설을 시험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광유전학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며 신경과학 분야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며 “파킨슨병, 간질, 수면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의 발생 작동원리를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과 신약 후보를 검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광유전학은 특정 뇌세포와 신경 회로가 뇌 기능과 뇌 질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는 연구에 더욱 활발하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상을 받은 칼 다이서로스 박사는 2025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선정하는 제18회 아산의학상 기초의학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칼 박사는 수상소감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도 확률이 매우 낮았는데 도전했고 실패 가능성을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게 더욱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한 바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