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11월 아시아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낮췄다. 중동산 원유 운임이 급등한 가운데 아시아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5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11월 인도분 아랍라이트의 아시아 공식판매가격(OSP)을 오만유·두바이유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5달러 낮게 책정했다.
10월보다 배럴당 3달러 낮춘 것으로, 할인 폭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크다. 시장에서는 중동산 기준유가 상승을 반영해 오히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이번 인하는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랍미디엄과 아랍헤비 등 무거운 유종의 아시아 판매가격도 각각 배럴당 5달러씩 낮췄다.
사우디가 아시아 판매가격을 크게 내린 배경에는 급등한 운송비 부담이 있다. 중동 지역 긴장으로 선박 운항 위험이 커지면서 걸프 지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운임은 최근 하루 120만달러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1년 전 약 8만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뛴 수준이다.
아람코는 최근 아시아 고객의 운임 부담을 덜기 위해 오만 앞바다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공급하는 원유에 할인 적용을 검토하기도 했다.
아시아 시장을 둘러싼 산유국 간 경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공급 차질 속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경쟁 산유국들은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도 회복되는 추세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동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의 약 98%까지 회복됐다는 JP모건의 추산을 전했다. 공급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사우디가 가격 경쟁력을 높여 아시아 고객을 붙잡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사우디는 유럽 판매가격은 올렸다. 아람코는 홍해 연안 얀부항을 통한 수출을 재개하면서 11월 북서유럽 판매가격을 모든 유종에 대해 배럴당 3달러 인상했다. 미국 판매가격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한편 사우디와 러시아 등 OPEC+ 주요 7개국은 전날 회의에서 11월 생산 목표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생산정책 조정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