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시간이 아깝다"…달라진 추석 밥상 [현장]

"돈보다 시간이 아깝다"…달라진 추석 밥상 [현장]

4시간 걸리는 갈비찜…완제품 20분이면 '상차림'
열에 넷 '시간·삶의 질' 중시…조리시간 비용인식
이마트 제수 간편식 55종…전·떡갈비 매출 12%↑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명절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 필요한 만큼 사서 차리는 소비가 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에서는 1만원 안팎이면 여러명이 나눠 먹을 전이나 잡채 등을 살 수 있어 소가구에서는 재료를 일일이 사서 직접 만드는 것과 비용차이가 크지 않아 완제품 가격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몇시간씩 걸리는 조리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 선택을 바꾸는 요인이다. 명절상에서도 가격뿐 아니라 이른바 '시간값'이 중요해지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전·나물·송편 등 간편식과 소용량 제품을 늘려 달라진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전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사진=설래온 기자 ]

2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동그랑땡과 동태전, 꼬치전이 쟁반마다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근 반찬가게에는 잡채와 갈비찜, 나물 등이 한두끼 먹기 좋은 양으로 나뉘어 진열돼 있었다.

가격부담도 크지 않았다. 전이나 나물 등은 1만원 안팎이면 여러명이 나눠 먹을 양을 살 수 있었다. 잡채는 1만원어치를 주문하자 1ℓ 용기가 가득 찼다. 당면부터 돼지고기, 버섯, 시금치, 당근 등을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전과 잡채를 고르던 60대 A씨는 "예전에는 전날부터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먹는 사람도 줄고 남는 음식이 더 많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절 완제품. [사진=설래온 기자 ]

대형마트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과 송편부터 떡갈비, 동그랑땡, 너비아니, 갈비찜까지 선택지가 다양했다. 제품에 따라 1만원 안팎이면 4명이 먹을 만한 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포장 간편식뿐 아니라 바로 먹거나 간단히 데우면 되는 델리제품도 매대 한쪽을 채웠다.

직접 만들면 계산은 달라진다. 전 몇가지만 준비해도 고기와 생선, 달걀, 밀가루, 채소, 식용유 등이 필요하다. 재료 하나하나 가격은 크지 않아 보여도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담으면 비용은 빠르게 불어난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모든 추석 성수품 가격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축산물과 일부 채소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채소 가게 상인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 11일 기준 한우 안심은 100g당 1만5346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3.8% 올랐고 돼지고기 삼겹살도 100g당 3012원으로 12.0% 비싸졌다. 계란 특란 한판은 7166원으로 5.8%, 애호박은 개당 2571원으로 66.7% 뛰었다. 여러 식재료가 동시에 필요한 명절음식일수록 소비자가 느끼는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먹는 사람이 많다면 직접 만드는 편이 여전히 경제적일 수 있다. 한번 산 달걀이나 밀가루, 식용유 등을 여러 음식에 활용할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이 만들수록 1인당 비용도 낮아진다. 반면 1~2인가구 등 소가구는 쓰고 남은 식재료와 보관부담까지 고려하면 대량조리 이점을 누리기 어렵다.

여기에 시간까지 비용으로 계산하면 완제품 경쟁력은 더 커진다. 갈비찜만 해도 직접 만들 경우 핏물을 빼고 양념에 재운 뒤 푹 익히는데 4시간이상 걸린다. 전과 잡채 등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준비하면 명절전날 상당시간을 부엌에서 보내야 한다.

반면 완제품은 이미 조리가 끝난 상태로 냄비나 전자레인지로 10~20분만 데우면 상에 올릴 수 있다.

이마트서 판매되고 있는 명절 완제품. [사진=설래온 기자 ]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소비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명절 장보기 때 '실속형 중간포장 제품'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62.3%로 가장 많았다. 소비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시간과 삶의 질'을 꼽은 비율도 39.4%에 달했다.

유통업계도 이런 변화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추석 송편과 모둠전 등 피코크 제수용 간편식 55종을 마련했다. 지난해 추석 행사기간 전·떡갈비·너비아니류 매출은 전년보다 12% 늘었고 즉석조리 코너 나물류 매출도 14% 증가했다.

편의점도 가세했다. CU는 불고기와 잡채, 전, 나물 등을 한데 담은 명절연휴 도시락을 비롯해 잡채·모둠전과 소포장 송편 등을 선보였다. 명절도시락 매출은 2023년 18.5%, 2024년 20.8%, 지난해 12.2% 늘며 최근 3년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절 간편식이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위한 보조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잡고 있다"며 "소가구 증가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소용량 명절음식 수요도 계속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