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정부와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하이니켈(NCM)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나트륨과 전고체 배터리를 차세대 양대 축으로 집중 육성한다.
중국이 리튬인산철(LFP)을 앞세워 보급형 시장을 장악하고 나트륨·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업계는 보급형과 고성능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약 4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신설한다. 민간 기업들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R&D와 생산설비에 약 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2일 산업통상부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셀 업체와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등 소재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배터리 산업기술 로드맵'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총사업비 약 4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신설한다. 민간도 올해부터 2030년까지 R&D와 설비에 약 8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NCM 편중 벗어난다⋯나트륨·전고체 '투트랙'
핵심은 차세대 보급형 배터리인 나트륨과 고성능 전고체 배터리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리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공급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트륨 배터리를 오는 2027년 160Wh/kg급으로 개발한 뒤 2030년 220Wh/kg급 개발을 완료해 본격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고체 배터리는 2027년 세계 최초 시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2028년 400Wh/kg급 개발을 거쳐 2030년 본격 상용화를 추진한다.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과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고부가 신산업 수요를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강규형 산업부 첨단산업정책관은 이날 정부가 마련한 R&D 예산 가운데 약 60~70%를 나트륨과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우리가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재탈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기도 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성장 둔화로 기존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고 로봇·드론·UAM 등 새로운 배터리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셀3사 공동개발⋯소재 개발이 '구매'까지 이어지게
기업 간 협력 방식도 바꾼다. 지금까지 업체별로 각각 진행해온 R&D에서 벗어나 경쟁이 덜한 분야에서는 셀 3사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한다.

원통형·파우치형·각형 배터리 규격과 차세대 집전체 등 비경쟁 분야에서 공동 사양을 마련하고, 소재 업체가 목표 성능과 가격에 맞춘 소재를 개발하면 셀 업체가 실증과 구매까지 연계하는 R&D 컨소시엄도 추진한다.
강 정책관은 국내 소재 업체가 R&D에 성공해도 실제 셀 업체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완성차가 보유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데이터를 셀·소재 업체의 배터리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정보 환류 체계도 만든다. 차세대 배터리 평가 절차와 용도별 표준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민간 8조 투자⋯가격·공급망 경쟁력도 끌어올린다
기술 경쟁과 함께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정부는 국내 배터리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생산 세액공제 도입과 순환형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기업들은 공정 혁신과 소재 다변화, 핵심 소재 국산화 등에 오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입한다.
이번 로드맵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주요국의 지원 정책 후퇴,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과의 가격·기술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은 LFP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나트륨과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실장은 "가격 중심의 글로벌 시장 재편과 공급망 불확실성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관이 원팀이 돼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정부는 대규모 R&D 지원과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을 통해 K-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탈환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