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대 석화 담합' 첫 구속…OCI 대표 등 경영진 6명은 영장 기각

'15조원대 석화 담합' 첫 구속…OCI 대표 등 경영진 6명은 영장 기각

법원, PKC 영업 책임자 2명에 “증거인멸 우려”
김유신 OCI 대표·장영수 전 PKC 대표 등 구속 피해
검찰 수사 담합 사건 중 최대 규모…7개 업체 연루 의혹

[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검찰이 수사 중인 15조원대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 사건에서 첫 구속자가 나왔다. 법원은 담합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PKC 영업 책임자 2명을 구속했지만, 김유신 OCI 대표와 장영수 전 PKC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 6명에 대해서는 구속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역대 최대 규모로 지목한 담합 사건에서 실무 책임자에 대한 신병은 확보했지만, 대표급 경영진을 향한 구속 수사에는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김유신 OCI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지영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석유화학업체 전·현직 임직원 8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PKC 영업본부장 배모씨와 황모씨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김유신 OCI 대표와 장영수 전 PKC 대표 등 나머지 6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김 대표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 구속할 정도로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 가능성도 크지 않아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장 전 대표에 대해서도 혐의를 다투고 있는 만큼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와 확보된 증거 등을 고려하면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나머지 4명 역시 증거인멸 및 도주 가능성이 크지 않고 구속 수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14일 김 대표와 장 전 대표 등 8명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LG화학과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7개 업체가 석유화학제품의 판매가격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담합 의심 품목은 폴리염화비닐(PVC)을 비롯해 가소제와 가성소다, 염산, 염소, 하이포 등 8개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건축자재와 생활용품, 산업용 소재 등의 원료로 폭넓게 사용된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15조원이 넘는다. 검찰이 수사한 가격 담합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지난 7월 관련자들이 기소된 정유사 유가 담합 사건의 거래 규모는 약 14조2000억원이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장영수 전 PKC 대표이사가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해당 업체들이 수년간 제품 가격의 인상 시기와 인상 폭 등을 사전에 논의해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동전쟁으로 석유화학제품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진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다만 업체 측 관계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격을 협의했고, 각 회사의 경영진이 담합 사실을 보고받거나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는 향후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달 5일 담합 의혹을 받는 7개 업체의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8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확보한 회의 자료와 업무용 메신저, 이메일 등 압수물 분석과 관계자 조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10일에는 장 전 대표와 LG화학 PVC·가소제 사업부장, 김 대표 등을 불러 가격 결정 과정과 담합 관여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한편, 법원이 대표급 경영진을 포함한 6명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검찰은 구속한 PKC 영업 책임자들을 상대로 업체 간 가격 협의 과정과 경영진 보고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