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자율주행 기업들이 국경을 넘어 로보택시 영토를 넓히고 있다. 미국 웨이모는 일본 도쿄, 중국 바이두는 영국 런던 진출을 추진하며 자율주행 기술 경쟁을 글로벌 상용화전으로 확장하고 있다.
대규모 운행 데이터와 빠른 상용화를 앞세운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은 외부 플랫폼을 활용한 조기 대응과 자체 기술 개발을 병행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8년 엔비디아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먼저 적용하고, 포티투닷이 개발하는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는 2029년 양산차에 탑재한다는 구상이다.

웨이모, 미국 15개 도시 넘어 도쿄로
1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는 일본 최대 택시업체 니혼코츠와 배차 플랫폼 GO와 손잡고 2027년 도쿄에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웨이모는 2025년부터 니혼코츠의 전문 운전자가 동승한 차량으로 도쿄 도로 데이터를 수집하며 현지 실증을 진행해왔다. 정부 승인과 기술 검증을 거쳐 2027년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주요 지역에서 약 100대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용자는 웨이모 앱뿐 아니라 일본 택시 호출 플랫폼인 GO에서도 자율주행 차량을 부를 수 있다. 기존 택시와 무인 로보택시가 같은 호출 플랫폼에서 운행되는 구조다.
웨이모는 미국 15개 도시에서 주당 50만회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쿄 진출은 미국에서 확보한 기술과 운영 경험을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첫 시험대가 된다.
영국 런던에서도 로보택시 시험 운행을 진행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웨이모는 라이다와 카메라, 레이더, 고정밀 지도 등을 결합해 지정된 운행구역에서 완전 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상용 지역을 넓히고 있다.

테슬라는 웨이모와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전 세계에 판매한 수백만대의 차량에서 확보하는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메라 중심의 AI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의 FSD는 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한 '감독형'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다만 테슬라는 운전대와 페달을 없앤 전용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앞세워 완전 무인 운송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웨이모가 특정 지역에서 완전 무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집중한다면, 테슬라는 대규모 양산차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도로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 지원과 대도시 실증으로 해외 공략
중국은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와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험 운행구역과 상용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왔다.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대규모 실제 도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차량 생산비용도 낮추고 있다.

대표 주자는 바이두다. 바이두는 자율주행 플랫폼 '아폴로 고'를 통해 중국 주요 도시에서 수백만건의 운행 경험을 축적했다.
최근에는 유럽 모빌리티 플랫폼 프리나우와 손잡고 런던에서 6세대 로보택시 'RT6' 시험 운행에 착수했다. 2027년 정식 상용 서비스가 목표다.
바이두는 중국에서 차량을 대량 생산하며 쌓은 원가 절감 경험과 자율주행 데이터를 해외 도시로 옮긴다는 전략이다. 샤오미와 화웨이, 리오토, 니오 등 중국 기업들도 양산차와 도시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 '투트랙'…2028년 외부 기술, 2029년 자체 AI
미국과 중국이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을 빠르게 넓히는 가운데 한국은 기술 완성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단계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종합 기술력은 최고 기술국인 미국의 90.8% 수준으로 세계 4위권이다.
기술격차가 크지는 않지만 실제 무인 운행 규모와 상용 서비스 경험에서는 미국·중국에 뒤처져 있다. 테슬라가 국내에 FSD 감독형 서비스를 예상보다 이르게 도입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상용화 일정에도 속도 압박이 커졌다.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은 외부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에 먼저 대응하면서 자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엔비디아 기반의 레벨 2+ 자율주행 솔루션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후 기능을 레벨 2++ 수준으로 고도화해 운전자의 조작 부담을 단계적으로 낮춘다는 구상이다.
포티투닷이 자체 개발하는 '아트리아 AI'는 2029년 하반기 양산차 적용을 목표로 한다. 외부 기술로 먼저 고도화된 주행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최근 행사에서 "양산을 빠르게 할 수도 있지만 어정쩡한 자율주행 레벨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며 "정말 완성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테슬라가 당초 예상보다 이르게 FSD 기술을 국내에 도입하면서 계획했던 자율주행 양산차 도입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승부처는 E2E…센서 정보부터 주행 판단까지 AI로
현대차그룹이 자체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자율주행 기술의 세대 전환이 있다.
기존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식과 판단, 제어 기능을 각각 나눠 개발하는 모듈형 방식이 중심이었다. 차량에 여러 개의 라이다와 카메라, 레이더를 장착하고 고정밀 지도를 활용해 정해진 구역에서 운행하는 구조다.

'아트리아 AI'는 센서 데이터와 경로, 차량 움직임 정보를 AI가 종합해 주행 의도와 경로를 만들고 차량 제어로 연결하는 E2E 구조를 적용한다.
포티투닷은 인식과 프롬프팅, 월드모델, 메모리, 안전장치 등 다섯 개 모듈을 하나의 E2E 체계로 연결하고 있다. 고가의 전용 장비 의존도를 낮추고 범용 센서로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E2E 진영 안에서도 기술 구현 방식은 다르다. 테슬라는 카메라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비전 방식을 택했다. 바이두 등 중국 기업은 라이다와 카메라를 함께 사용하는 센서 융합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라이다 의존도를 낮추고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아트리아 AI를 고도화하고 있다. 대량 생산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비용 경쟁력과 복잡한 국내 도로에 대응할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28년 국내 상용화 윤곽…실제 운행 데이터가 관건
국내 로보택시 생태계도 단계적으로 실증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포티투닷과 모셔널을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라이드플럭스,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등 플랫폼·자율주행 기업들이 도심 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광주 등에서 추진하는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사업도 국내 기술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불법 주정차 차량과 오토바이, 보행자가 뒤섞인 국내 도로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2028년을 전후로 국내 도로와 교통체계에 맞춘 자율주행 서비스의 상용화 윤곽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술 완성도만으로 미국·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는 차량과 서비스 지역이 늘어야 다양한 돌발상황 데이터를 확보하고 AI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모와 바이두가 해외 도시로 진출해 데이터 영토를 넓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실증을 넘어 양산과 상용 서비스로 연결하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라며 "결국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의 승패는 먼저 기술을 공개하는 것보다 안전한 차량을 얼마나 많이 실제 도로에 투입하고, 여기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기술 개선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