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미국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이가 다시 1%포인트(p)대로 벌어졌다. 최근 6거래일간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12조원 가까이 순매도하며 '셀코리아'로 돌아선 외국인의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리면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코스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지 주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p 인상했다. 지난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통화 긴축 조치다. 연준은 추가 긴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외국인 6거래일 연속 12조 '팔자'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최근 이어진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원화 자산보다 달러 자산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높아져 외국인의 국내 자산 투자 유인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3.00%다.
외국인은 이달 9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 중이다.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으로는 코스피에서 7881억원, 코스닥에서 520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4조8646억원)와 SK하이닉스(6조3027억원)의 순매도 합계가 전체(12조6140억원)의 89%를 차지하며 대형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반도체주의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 등이 매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가 할인율 커져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로는 기준금리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이번 0.25%p 인상 이후에도 높은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다.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에서도 추가 긴축 가능성이 확인됐다. FOMC 위원 18명 가운데 12명은 연말 기준금리를 4.00~4.25%로 예상했고, 4명은 4.25~4.50%를 제시했다. 이번 인상 수준인 3.75~4.00%에 머물 것으로 본 위원은 2명에 그쳤다.
이는 장기 금리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은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가격이 매겨지는 만큼 할인율이 높아지면 이론적인 현재가치가 낮아진다.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FOMC 이전부터 매파적 금리 경로에 대한 경계감으로 5%대에 근접한 가운데 FOMC 이후에도 5.0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채금리와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을 보여주는 위험프리미엄에서도 이 같은 부담을 확인할 수 있다. 16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이익수익률(주당순이익/주가)은 8.79%, SK하이닉스는 12.75%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5.023%)를 차감한 위험프리미엄은 각각 3.77%p, 7.73%p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이후 85.6bp(1bp=0.01%p) 상승했다. 이익수익률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고 국채금리만 연초 수준으로 되돌려 계산하면 두 종목의 위험프리미엄은 현재보다 각각 0.86%p 높아진다.
롤러코스터 증시 재현될까…"불확실성 해소 변동성 크지 않을 것"

금리 상승과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코스피가 다시 변동성 장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코스피에서 사이드카 발동 횟수는 8월까지 49회에 달했지만 이달에는 한 차례도 없었다. 월별로는 7월이 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이드카가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달은 1월과 이달 현재까지다.
증권가에서도 미국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9월 FOMC 여진을 소화하면서 변동성 확대 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될 때마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데에는 높은 금리 수준 자체의 부담과 함께 2022년 긴축 충격에 대한 학습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연준은 17개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525bp 인상했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최대 25%, 코스피는 최대 35% 하락했다. 과거 급격한 긴축 경험이 현재 시장의 금리 민감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미국 국채 금리 2년물은 4.65~4.75%, 10년물은 5.0% 부근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 변동성 완화는 10월 동결 확인 이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금리 변동성이 당장 낮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국내 증시의 움직임은 보합권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다. 오후 1시 20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8% 오른 6770.65, 코스닥은 1.16% 오른 825.45에 거래되며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과도한 공포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정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변수’였던 경제 전망과 금리 경로가 이제는 ‘상수’가 됐고 이는 밸류에이션 멀티플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를 시사한다"며 "FOMC 결과 확인 직후 주식시장 변동성이 일부 확대된 것은 사실이나 ‘공포’가 커진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