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부동산 소유 의무' 논쟁⋯"규제 풀어야" vs "안전장치"

요양시설 '부동산 소유 의무' 논쟁⋯"규제 풀어야" vs "안전장치"

보험사 "토지·건물 매입에 자본 고착, 킥스에도 부담"
학계 "입소자 계속거주·서비스 질 위한 취지 고려를"
보험연구원 '시니어케어 사업화 조건' 산학 세미나

16일 서울시 영등포구 보험연구원 17층에서 열린 'KIRI 산학세미나에서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본부장이 '돌봄에서 산업으로:시니어케어 사업화를 위한 조건'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지희 기자]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고령화로 요양시설 수요가 늘면서 민간 자본의 진입 규제 완화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과도한 자본부담을 덜기 위한 규제 손질을 주장하는 반면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입소자 보호를 위해 현행 규제의 취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부는 보험사의 요양·헬스케어 관련 자회사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등 요양사업 진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왔다. 다만 일정 예외를 제외하면 요양시설 설치자가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는 규정은 유지되고 있다. 보험업계가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본부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돌봄에서 산업으로:시니어케어 사업화를 위한 조건' 산학 세미나에서 "요양시설 설치는 대규모 부동산 매입비로 인한 자본 고착화, 낮은 수익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비급여 항목 다양화·차별화, 금융 연계로 통합 가치 확보 가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규제 장벽으로 △수요 대비 극심한 자본 부담 △부동산 매입비와 자본 기회비용 △지급여력(K-ICS·킥스)비율 영향 △금융그룹 내 관계사 간 엄격한 신용공여·담보 차별 적용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권 본부장은 요양시설의 부동산 소유 의무가 보험사의 사업 진입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복지법상 10인 이상 요양시설은 설치 주체가 토지·건물을 완전히 소유해야 한다"며 "도심지 요양원 설립을 추진하면 막대한 자기자본이 고착화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차입 이자가 금융비용으로 가산돼 자본 효율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는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권 본부장은 "보험사의 부동산 투자는 업무용도 외에는 제한돼 있고 의무 보유 부동산에 대해서는 위험계수가 20%로 잡힌다"며 "실제로 부동산 매입 가정을 해보면 킥스 비율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지원금 증가와 시니어 기술 융합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며 "요양원 입소·생활비 연계 현물 급여형 보험을 활성화하고 돌봄·주거 통합 서비스형 시설 규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천승환 생명보험협회 상무도 "국가가 케어할 수 있다면 제일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수요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는 쪽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공론화가 어르신 케어를 위한 민간과 공공의 가치 도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소유 의무를 단순한 진입 장벽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다. 규제가 입소자의 계속 거주와 서비스 질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요양시설을 운영하려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본이 묶이는 것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지속성이 담보되는 것"이라며 "과거 영국의 서던크로스헬스케어 사례를 보면 요양시설 붕괴의 원인은 부동산 운영 분리와 임대료 조건 등이었다"고 짚었다.

남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지역별 수가 차등화와 공공부지 활용, 중간 가격대 시설 공급 등의 조건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금융지주 등 사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주체가 규제 완화를 주장할 때는 단순히 자사의 경영상 필요성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아야 한다"며 "해당 규제가 당초 달성하고자 했던 정책적 목적을 훼손하지 않고 어떤 대체적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토지·건물 소유 의무 규제는 임대차 종료나 소유권 변동으로 인한 집단 이주를 감당할 수 없는 중증·고령 입소자를 계속 거주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