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휴대폰 439대가 예술로"…LGU+, 강남 한복판에 'AI 갤러리' 열었다 [르포]

"폐휴대폰 439대가 예술로"…LGU+, 강남 한복판에 'AI 갤러리' 열었다 [르포]

6년간 190만명 찾은 강남 복합문화공간, 참여형 아트 플랫폼으로 전환
에릭 오 등 4인 재개관전…신진 작가 발굴부터 AI 맞춤형 관람까지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미러볼인 줄 알았는데 전부 휴대폰이네."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U+일상비일상의틈에 들어서자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검은색 구(球)가 시선을 붙잡았다. 구의 표면을 채운 것은 다름 아닌 휴대폰이다.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기부한 폐휴대폰 439대로 만든 대형 설치 작품이다. 입구에서부터 '이곳은 이동통신사가 만든 공간'이라는 점을 단번에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LG유플러스가 강남역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U+일상비일상의틈 1층 모습. [사진=안세준 기자]

LG유플러스는 이날 U+일상비일상의틈을 문화예술과 AI를 결합한 참여형 아트 플랫폼으로 재개관했다. 2020년 문을 연 뒤 팝업스토어와 브랜드 협업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공간을 6년 만에 전면 개편한 것이다. 젊은 층의 관심이 팝업스토어에서 미술관과 갤러리 등 문화예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공간의 방향을 바꿨다는 게 LG유플러스 측 설명이다.

QR 찍자 스마트폰이 'AI 도슨트'로

U+일상비일상의틈은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총 7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은 휴대폰 조형물과 상설 전시, 2층은 아트숍과 관람객 체험 공간으로 꾸몄다. 3층에는 인터랙티브 전시, 4~5층에는 전시 공간, 6층에는 미디어아트홀이 자리한다. 지하 1층은 관람객이 머물며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는 아트 라운지로 운영된다.

공간 곳곳에는 통신사와 AI 기업으로서의 색깔도 녹였다. 관람객의 작품 감상을 돕는 'AI 아트 메이트'(AI Art Mate)가 대표적이다. AI 아트 메이트를 발급받고 여기에 기입된 QR코드를 스마트폰에 인식하면 작품마다 개인 맞춤형 해설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3층부터 6층까지 작품에 대한 설명, 감상 포인트 등을 글로 확인하거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일상비일상의틈 2층에 마련된 AI 아트 메이트 모습. 관람객들은 AI 아트 메이트를 통해 전용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사진=안세준 기자]

재개관 첫 전시 '서클 오브 그로스: 레코즈 인 모션'에는 에릭 오와 남민오, 상희, 김도은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6층 미디어아트홀에서는 작가 에릭 오의 대표작 오페라(OPERA)가 대형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어두운 전시장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선택하자 관련 설명과 음성 해설이 곧바로 이어졌다. 작품 앞 안내판을 읽는 데 그쳤던 기존 관람 방식에 AI 기반 개인화 경험을 더한 셈이다.

5층에서는 에릭 오의 메타모더니티 II(METAMODERNITY II)와 리브라(LIBRA)가 관람객을 맞았다. 메타모더니티 II는 5개의 화면에 영상이 펼쳐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같은 공간에 마련된 리브라는 저울과 기계장치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움직였다. 작품 앞에 앉아 영상을 바라보거나 스마트폰으로 AI 도슨트를 함께 확인하는 관람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상비일상의틈 5층에 마련된 에릭 오의 'METAMODERNITY II' 전시 공간 모습. [사진=안세준 기자]

김다림 LG유플러스 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은 "AI 아트 메이트를 통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감상 경험을 돕고자 했다"며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해설을 선택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기록하면 아트 리포트를 통해 자신의 예술 취향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작가들의 '성장 과정'…신진 작가 무대로

U+일상비일상의틈의 새로운 콘셉트는 아트 개러지(Art Garage)다.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성장하듯 가능성을 가진 신진 작가에게 작품을 실험하고 대중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다.

김 담당은 "우리는 완성된 작품을 보는 갤러리가 아니라 실험 과정의 가치를 보여주는 아트 개러지라는 문장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아티스트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고, 어떻게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는지, 그 과정에 기술과 고객이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상비일상의틈 3층에 위치한 인터랙티브 전시홀 모습. [사진=안세준 기자]

LG유플러스는 U+일상비일상의틈을 일회성 전시 공간이 아닌 신진 작가 육성 플랫폼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AI·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한편 대학 졸업전시, 자립준비청년 예술가 전시 등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신진 창작자 육성 오디션 프로그램 T.A.G(Teum Artist Group)도 선보일 예정이다.

김 담당은 "신진 작가들은 작품을 만들어도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가 부족하다"며 "강남역이라는 좋은 장소에서 보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성장 플랫폼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역 일대에 위치한 일상비일상의틈 전경. [사진=안세준 기자]

"AI 시대, 결국 인간이 먼저"

통신사가 문화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AI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게 LG유플러스 판단이다.

장준영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상무)은 "AI 시대에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무엇이 가장 중요할지 고민했고 결국 인간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통신 기업으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왔다면 이제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예술을 연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U+일상비일상의틈이 서촌이나 성수동과 같은 문화예술 상권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강남역에 남은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김 담당은 "서촌도 알아봤지만 U+일상비일상의틈이라는 이름처럼 복잡한 곳에서 온전히 비일상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며 "조금 더 복잡한 곳에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돼 보자는 의지로 강남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