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통 양대 그룹인 롯데와 신세계도 AI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 전략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관련 사업을 챙기면서 그룹 차원의 AI 전환과 투자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두 그룹 모두 유통 현장에서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롯데는 전 계열사의 업무와 사업 현장에 AI를 확산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신세계는 리테일 사업의 AI 적용을 넘어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디자인과 연구개발(R&D)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며 그룹 차원의 AX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2026 롯데 디자인전략회의'에 참석해 그룹의 브랜드와 디자인에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는 그룹의 경영·브랜드·디자인 철학을 AI 생성과 검증 과정에 반영하는 내부 플랫폼 '롯데 AI 디자인 스튜디오'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대전 KAIST 본원에서 열린 '롯데×KAIST R&D센터' 준공식에 참석했다. 롯데와 KAIST는 연구 전 과정에 AI를 활용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확보한 기술을 롯데 계열사 사업과 연결할 계획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6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CEO AI 교육'에 이틀간 직접 참석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보는 등 AX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신 회장은 "AX는 기업의 성장이 아닌 생존이 걸린 중요한 과제"라며 CEO가 먼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업무 효율 개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글로벌 신규 바이어 발굴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기존 50시간 이상 걸리던 조사 업무를 약 3시간으로 줄였다. 국가별 시장과 규제, 잠재 거래처 등을 AI가 먼저 조사하고 담당자가 결과를 검토해 영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통 현장에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딥러닝 기반 시스템으로 신선식품의 당도와 숙도, 내부 상태 등을 선별하고 있으며 롯데온은 고객의 상황과 취향에 맞춰 상품을 제안하는 '패션AI'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AI 실시간 번역 등 고객 서비스에 관련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에는 디지털 영역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까지 확대한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AI 플랫폼 '아이멤버'와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를 결합해 세븐일레븐 미래형 매장 등에서 고객 응대와 매장 안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 AI를 고객 서비스와 매장 운영에 적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AI를 유통 효율화 수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인프라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전점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상담 플랫폼'에서는 AI 챗봇을 통해 신속하게 처리되는 민원 비율이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셀프계산대에도 AI를 적용해 상품 스캔 누락이나 계산 오류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상품개발·물류·재무 등 직무별 AI 에이전트도 활용하고 있다. 내부 규정 안내와 회의실 예약 같은 단순 업무부터 바이어들의 반복 업무까지 적용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현장 적용과 별개로 AI 인프라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직접 챙기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3월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 국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현재 합작법인(JV) 설립과 부지 선정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의 협력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 소싱과 발주, 가격 책정, 물류, 재고관리, 고객관리 등 유통 운영의 6개 핵심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달 미국 국무부가 주도한 '파운드리 스쿨' 출범식에도 참석했다. 리플렉션AI 미샤 라스킨 CEO를 비롯한 미국 정부·산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AI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도 직접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상품·가격·재고·물류부터 고객 경험까지 리테일의 주요 영역을 고도화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차별화된 고객 경험과 임직원의 업무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AI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