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간장·된장·고추장에 여러 양념을 섞어 맛을 내던 식탁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불고기부터 찌개·볶음까지 메뉴별 소스 하나로 맛을 완성하는 방식이 익숙해지면서다. 장류 소비가 줄었다기보다 1인 가구와 간편식 확산, 조리시간 단축 수요가 맞물리면서 '완성된 맛'을 사는 수요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2025년 식품 등의 생산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간장·된장·고추장 등을 포함한 장류 전체 국내 판매액은 1조434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기간 조미식품 가운데 '소스' 단일유형 국내 판매액은 3조3015억원으로 장류 전체 약 2.3배에 달했다.
최근 수년간 성장 속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장류 국내 판매액은 2021년 1조1989억원에서 지난해 1조4349억원으로 4년간 19.7% 증가했다. 같은기간 소스는 2조4739억원에서 3조3015억원으로 33.5% 늘었다.
장류 자체 수요가 꺾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장류 국내 판매액은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고추장은 3111억원으로 2.5%, 된장은 1548억원으로 2.0% 늘었다. 양조간장도 1745억원으로 17.0% 증가했다. 기본 장을 찾는 수요가 유지되는 가운데 소스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변화에는 식생활 간편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기본 장에 설탕이나 식초, 마늘 등 여러 양념을 더해 음식마다 필요한 맛을 직접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메뉴별 소스 하나로 이 과정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게 됐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대중화로 조리에 들이는 시간과 수고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소스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스시장이 커지면서 제품경쟁도 세분화되고 있다. 단순히 조리시간을 줄이는 편의성을 넘어 최근에는 당류를 낮춘 '저당' 제품이 새로운 경쟁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저당 라인업 '슈가라이트'를 선보이고 드레싱과 굴소스, 소갈비·소불고기 양념장 등으로 제품군을 구성했다. 올해는 고기양념장과 비빔면 소스 등으로 저당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청정원도 저당 굴소스와 비빔면 소스, 허니머스타드, 스위트칠리, 드레싱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특정요리에 바로 사용하는 '모노유즈' 수요에 맞춰 저당 비빔면 소스와 저당 차돌된장 찌개양념 등 용도별 제품도 확대하고 있다.
결국 장류가 소스에 자리를 내주는 대체 관계라기보다 기존 장류시장 위에 '완성된 맛'을 구매하는 수요가 더해지는 구조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같은 메뉴에 사용하는 소스도 저당여부와 맛, 용도에 따라세분화되면서 소비자 수요를 얼마나 정교하게 공략하느냐가 업체간 경쟁을 가를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스는 여러 재료를 따로 구매하고 배합해야 하는 과정을 하나의 제품으로 줄여주는 카테고리"라며 "최근에는 편의성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저당이나 메뉴특화 등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얼마나 세분화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