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회삿돈 횡령을 목적으로 차린 페이퍼컴퍼니로 계열회사 매출금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재상고심에서도 유죄 선고를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0일 특가법 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 혐의로 기소된 전 전 회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 전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삼양식품과 계열사 2곳 역시 각각 벌금 1000만원씩을 확정받았다. 1심과 같은 형이다.
전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공급받은 포장상자와 식재료 가운데 일부를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페이퍼컴퍼니가 납품한 것처럼 꾸며 삼양식품 자금 약 49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세무당국은 이 횡령 과정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가 발급·수취된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전 전 회장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페이퍼컴퍼니 2곳을 이용해 약 538억원 규모의 허위 계산서와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고 판단해 2019년 12월 그를 추가 기소했다. 삼양식품은 같은 기간 페이퍼컴퍼니들로부터 320여 차례에 걸쳐 약 533억원 상당의 계산서·세금계산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2020년 8월 전 전 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법인들도 각각 1000만원씩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심은 계열사와 페이퍼컴퍼니 사이의 일부 ‘내부거래’에 관한 허위 세금계산서 부분은 유죄로 유지하면서도 외부업체와 계열사, 삼양식품 사이의 물품 거래와 관련된 혐의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전 전 회장의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6억5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삼양식품 법인에는 무죄가 선고됐고 다른 법인들의 벌금도 일부 감액됐다.
대법원은 작년 2월 2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실제 사업자가 다른 회사 이름만 빌린 '명의대여'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독립적인 거래 당사자인 것처럼 내세운 '명의위장'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와 다른 결론을 낸 2심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랐다. 2심에서 무죄로 돌렸던 외부거래 관련 허위 세금계산서 혐의까지 다시 유죄로 판단하고 전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원을 선고했다.
전 전 회장 등이 상고했지만 이날 재상고심 재판부는 "환송 후 원심 판단이 앞선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며,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죄와 조세범처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