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쏟아지는데…'저열량' 식품 왜 없을까?

'제로' 쏟아지는데…'저열량' 식품 왜 없을까?

식약처 저열량 기준 100g당 40kcal…일부 가공식 한계
과자·초콜릿 '수백kcal'⋯탄수화물·유지류 '열량 잔존'
'제로슈거=0칼로리' 소비자 착시주의…현행 기준 경직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최근 건강 트렌드가 확산하며 시장에 '제로슈거'를 내건 식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저열량'을 강조한 제품은 찾기 어렵다. 일반 가공식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저열량 표시기준을 맞추기 까다로운 탓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제품 전체 열량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당류저감을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식약처 영양성분 표시기준을 보면 식품에 '저열량'을 표기하기 위한 조건은 매우 엄격하다. 음료는 100mL당 20kcal이하, 고형식품은 100g당 40kcal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기존제품이나 유사제품 대비 열량을 25%이상 낮춘 경우 비교표시도 가능하지만 비교대상과 감소율 등을 함께 명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일반 가공식품 제형에는 상당히 높은 문턱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과자나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100g당 수백kcal에 달하는 제품이 수두룩하다. 이들 제품에서 설탕을 완전히 배제하더라도 전체 열량이 40kcal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밀가루나 전분 같은 탄수화물, 유지류 등 원재료 자체가 품고 있는 열량이 상당한 까닭이다.

반면 당류저감은 제품설계 변경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설탕을 덜 넣거나 대체감미료를 활용하면 단맛을 유지하면서 당류함량을 낮출 수 있다. 식약처 기준상 '저당'은 100g당 당류 5g미만 또는 100mL당 2.5g미만이면 표시할 수 있다. 전체 칼로리를 깎아내는 것보다 개발난도가 낮고 맛과 식감을 유지하기도 수월하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코카콜라 음료.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규제 및 기술적 차이는 최근 식품업계 신제품 출시전략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제과·음료업계는 제품 칼로리를 일부 낮추는데 그치더라도 '저당'이나 '제로슈거'를 전면에 내세워 건강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존제품 고유풍미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특히 탄산음료처럼 설탕을 대체감미료로 바꾸기 쉬운 품목에서는 제로슈거 전환이 가속화했다. 반면 커피와 유제품, 음료베이스처럼 원유나 원두 자체열량이 존재하는 품목은 당류를 제거해도 상당한 열량이 잔존한다. 같은 제로슈거 제품이라도 저열량 표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저당' 상품을 포함한 초콜릿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제로슈거'와 '저열량'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로슈거는 말 그대로 당류를 없앤 것이지 제품 전체열량이 '0'이거나 다이어트에 무조건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품가 건강 마케팅 경쟁도 제품 총열량을 줄이는 방식에서 특정 영양성분을 표적감량하는 방향으로 세분화하는 양상이다.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제로슈거'와 '저당'이 주력 마케팅 언어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까다로운 표시기준과 제품개발 현실이 복합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건강수요와 현행 표시기준 사이에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내 건강관련 요구는 한층 다변화하고 있지만 표시제도 기준은 상대적으로 경직돼 시장변화를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칼로리와 당류를 동시에 낮추는 방향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모든 가공식품이 저열량 기준까지 충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소비자가 체감하기 쉽고 제형 적용이 비교적 용이한 당류 감축에 제품 개발역량을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