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됐다가 1·2심에서 무죄를 받은 노웅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건을 두고 "국회에서 돈봉투 녹음파일을 다 같이 한번 들어보자"고 했다. 노 전 의원의 무죄 판결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의원을 향해 '조작 기소' 책임론을 제기하자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한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서 "마치 자기 당 정치인이 아무 잘못 없는 것처럼 뻔뻔하게 큰소리 치는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그동안 민주당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의원은 노 전 의원 재판에서 증거로 다뤄졌던 사업가 박모씨의 부인과 노 전 의원 사이의 녹음 내용을 지목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2020년 7월 2일 노 의원이 의원실에서 브로커의 부인을 만나 코레일 관련 요청사항을 들은 자리에서 돈을 받았다"며 노 전 의원이 "이건 후원금으로 처리할까요"라고 묻자 박씨 부인이 "아니요. 그러면 섭섭합니다. 좋은 일 하자는 거예요"라고 답한 대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그러면서 "수사검사가 추가로 영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아 법원이 위법수집증거라고 증거에서 배제한 형식적 이유로 무죄가 나왔을지언정 돈봉투를 받은 실체가 없어지지 않는다"며 "억울하고 잘못이 없는 것처럼 계속 우길 거면 국회에서 그 녹음파일을 다 같이 한번 들어보자"고 강조했다.
한 의원이 연이틀 노 전 의원 사건을 꺼내든 것은 전날 항소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권에서 자신을 겨냥한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김용중 김지선 소병진)는 전날 뇌물수수·알선수뢰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전 의원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노 전 의원은 2020년 2~12월 발전소 납품과 태양광 사업 편의 제공, 물류센터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씨로부터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23년 3월 29일 불구속 기소됐다.

무죄 판결 직후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노 전 의원에게 공개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2024년 총선 당시 민주당 대표로서 노 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정치검찰의 패악질에 편승해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었다"며 "뒤늦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여당에서도 한 의원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다. 같은 날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검찰이 조작과 프레임으로 생사람을 잡은 케이스"라고 했고, 송영길 의원은 한 의원이 당시 국회에서 '돈봉투 부스럭 소리'를 언급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의원도 한 의원에게 "책임지고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검찰의 위법수집증거로 인한 무죄가 검찰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였다는 말과 다르냐"며 한 의원을 비판했다.
노 전 의원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의원은 2022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노 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당시 그는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며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와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본회의에서 "지난 20여년간 중요한 부정부패 수사를 다수 직접 담당해 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며 "뇌물 사건에서 이런 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노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271명 가운데 찬성 101명, 반대 161명으로 부결됐다. 이후 검찰은 노 전 의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판단은 검찰의 증거수집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1월 26일 1심에서 노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씨의 부인 조모씨가 제출한 휴대전화에서 노 전 의원 관련 전자정보를 확보했는데, 재판부는 별건인 노 전 의원 사건의 정보를 적법한 절차 없이 수집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전자정보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확보한 진술 등 2차 증거의 증거능력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도 조씨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전자정보에 대해 "압수수색 과정과 전자정보 탐색·선별 과정이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에서 배제했던 사업가 박씨의 휴대전화 전자정보 일부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증거배제 결정을 취소하더라도 여전히 공소사실을 입증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한 의원은 여권의 이 같은 공세가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명분 쌓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민주당 대표, 송영길·박주민·박지원 의원 등이 '억울한 척' 번호표를 뽑아가며 티키타카해서 '이재명 공소취소 빌드업'을 하는 것은 안 통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