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용산공원에 집을 짓겠다는 발표를 보니 속이 터지더라고요. 어린이정원은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한번 가보면 감탄할 정도로 좋은 곳이에요. 공원은 대도시의 허파이자 시민들의 쉼터인데 이런 공간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21일 서울 용산공원 일대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서울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도심의 공원을 훼손하기보다 다른 유휴부지나 외곽 지역을 먼저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용산공원 조성 예정지 가운데 반환받은 일부 부지를 2023년부터 임시 개방한 공간이다.
이날 용산어린이정원에는 아이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 가족과 방문객들이 오갔다. 잔디밭 주변에서는 어린이들이 뛰어놀았고 기존 미군 숙소를 고쳐 만든 전시·체험 공간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용산공원 일부를 청년·신혼부부 주택 공급에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약 300만㎡의 땅을 어디까지 공원으로 남겨야 할지를 놓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용산공원 전체가 아닌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등 일부 훼손 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을 공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기존 건축물이 있더라도 공원으로 조성할 땅이라며 주거 전환에 반대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용산공원은 도심 입지라 외곽보다 주택 공급 효과가 크지만, 공원 보존을 원하는 시민 요구가 강한 만큼 사회적 합의와 갈등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도심 공원, 다른 해법…독일은 주민투표·미국은 군 주택 활용
서울보다 먼저 같은 고민을 한 곳은 독일 베를린이다.
옛 템펠호프공항을 공원으로 바꾼 템펠호퍼 펠트는 약 304만㎡로 용산공원과 규모가 비슷하다.
베를린시는 주택난이 심해지자 2014년 공원 가장자리에 4700가구를 짓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주민투표에서 64.3%가 보존에 찬성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부지 내 건축을 원칙적으로 막는 법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올해 다시 개발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5월에는 가장자리 약 100㏊에 2만1400가구를 짓는 민간 제안이 나왔고, 4월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제한적인 가장자리 개발에 찬성했다.
12년 전 4700가구도 막았던 땅에서 주택난이 길어지자 다시 2만가구 넘는 공급안이 거론되는 셈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레시디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옛 미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바꾼 곳으로 면적은 약 603만㎡로 용산공원의 두 배가량이다.
현재 이곳에는 약 3000명이 살고 있으며, 옛 군 주택 등을 활용한 약 1400가구가 임대주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원 안에 주거 기능을 함께 남긴 셈이다.
새 주택도 일부 들어선다.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는 옛 미 육군 병원 부지의 기존 개발지를 활용해 임대주택 196가구를 추가할 계획이다. 녹지를 새로 훼손하기보다 낡은 군 시설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공원 밖에 짓자"…서울시 대안도 이전·기존 계획 숙제
서울시는 용산공원 대신 캠프킴과 국군재정관리단, 한국은행 후암생활관, 외교부 주차장 등 주변 국유지를 대체부지로 제안했다.
다만 이들 역시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유휴지는 아니다. 국군재정관리단은 현재 군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한국은행 후암생활관도 직원 숙소로 사용 중이다.
가장 규모가 큰 캠프킴 2500가구는 지난 1월 29일 정부 공급계획에 이미 포함됐다.
정부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등이 거론되지만 어느 부지에 몇 가구를 공급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 교수는 "용산공원은 전체가 공원으로 법제화돼 있어 개발을 전제로 한 밑그림은 아무도 그려보지 않은 미지의 땅"이라며 "공원 개발과 용도변경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음 주 다시 만난다.
첫 회동이 '보존이냐 공급이냐'는 입장 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면, 두 번째 회동에서는 실제 대상 부지와 공급 규모를 얼마나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