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1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3명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당내 통합이라는 첫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친청계가 지도부에 다수 포진하면서 향후 당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날(17일) 대전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향후 2년간 당을 이끌어갈 당대표로 김민석 후보를 선출했다. 1차 집계에서 과반을 넘지 못해 선호투표까지 가는 끝에 김 대표는 최종 54.08%를 얻어 경쟁자인 정청래 후보를 8.16%포인트 차로 이겼다.
다섯 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계 최민희·이성윤·한민수 후보와 친명(친이재명)계 박선원·서미화 후보가 각각 선출됐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김용 후보는 6위로 밀려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당대표 선거에서는 김 대표가 정 후보를 꺾었지만,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계 3명이 모두 당선되면서 정 후보의 세력이 지도부에 남은 셈이다. 전당대회 직후부터 양측의 온도 차도 감지됐다. 최다 득표로 수석최고위원이 된 최민희 의원은 당선자 기념사진 촬영 당시 박선원 최고위원의 손을 맞잡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청래 TV떴다' 라이브 방송에서 "정청래는 졌지만 정청래의 주장까지 진 것은 아니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단합, 통합과 연대, 개혁을 통해 민주당을 사랑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정답이고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이어 "당대표 1년간 할 말 못 하고 참고, 제가 스님도 아닌데 사리가 나올 정도였다"며 "앞으로는 유쾌하게 여러분을 만나고 당대표 때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날인 18일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최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건 제 표가 아니고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표가 온 것"이라고 했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도 "정 전 대표가 (대표가) 안 돼 저로서는 제가 생각한 노선이 선택받지 못했으니까 좋아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친청계의 이러한 반응에 김 대표 측근들은 '부적절'하다며 비판했다. 채현일 의원은 "새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원팀 민주당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나와 걱정이다"며 "팀 정청래도 여기서 끝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팀 민주당만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국정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권을 잡은 김 대표로서는 당내 갈등을 수습하고 이재명 정부 뒷받침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국정의 중심인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가 될 것"이라며 "당은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정청래·송영길과 함께 뛸 것"이라며 통합 메시지를 낸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 격화한 갈등을 뒤로하고 정 전 대표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친청계 최고위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까지 임명하면 친청계가 지도부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주요 현안을 둘러싼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특히 검찰개혁 후속조치 등에서 당 기조를 둘러싼 목소리가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친청계 3명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면 구도가 친명 우위로 바뀌어 실제 결정적인 견제장치 역할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명의 존재감을 각인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요구와 당원의 요구를 들어주고, 본인의 정치적 길도 개척해야 하는 일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당 운영을 위해선 친청계를 포용해야 하는데, 당직이든 내각 입각이든 인사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 수석최고위원이 친청계에다가 강성이니만큼 상당히 견제구를 많이 날릴 것"이라며 "김 대표로서는 친청계를 포용하거나 제압하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친청계도 당장 김 대표와 맞서기 보다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며 "총선 공천권 행사가 임박한 시점에 분위기가 변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