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논란 속에 지도부가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을 사실상 정리하면서 국회 법안 심사가 실질적 논의보다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소법 개정 논의와 관련해 "충분히 무르익었다"라며 "검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 왔던 민주당은 최근 '장윤기 사건'으로 인해 잠시 숨 고르기 중이었다. 경찰이 '광주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 증거물을 인멸해 암장하려던 정황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나자, 국민 여론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민주당은 형소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숙의 과정에 들어갔다. 전날(21일)에는 의원총회 형식의 공청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존치 문제와 관련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단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와 채해병 수사 외압 의혹 제보자인 김규현 변호사가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지도부는 완전 폐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 사이 국회 차원에서도 형소법 개정안 발의가 다수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김용민·박은정 의원의 법안 제출을 시작으로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잇달아 법안을 냈다. 핵심 내용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부터 일부 예외적 허용(홍기원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완전 허용(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 등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는 지난 10일 김용민·박은정 의원 발의안, 차규근 의원 발의안, 민주당 TF 발의안 등을 병합해 심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주 2~3회 심사를 진행한 1소위는 이날 보완수사권 존치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날 심사에서는 보완수사권을 일부 유지할 경우 검찰의 별건 수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당론 추진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추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17일) 전당대회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해야겠다는 기조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당론 추인 절차가 임박하면서 향후 법안심사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당론이 사실상 정해진 상황에서 법안 심사가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반대(보완수사권 유지) 의견이 많은데, 사회적 합의나 여론을 수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심의 역풍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경찰 권력 견제' 또는 '수사 공백 방지'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유지하거나 최소한의 안전판을 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완전 폐지'를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장윤기가 2차 공판에서 여고생을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하려다가 살해했다고 자백한 지난 13일 이후 여론은 보완수사권 존치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에브리리서치가 에브리뉴스 의뢰로 지난 10~11일 양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결과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다'는 여론이 42.7%,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28.2%인데 비해 '찬성한다'는 답변은 24.7%였다.(전국 18세 이상 남녀 대상, 표본크기 1000명, 조사방법 무선 100% ARS 전화조사(RDD), 응답률 2.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전날(21일) 발표한 조사(17~18일 조사)에서도 '경찰의 부실수사 대책으로 검찰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존치 의견이 ARS 기준 56.9%였다. '완전 폐지' 의견은 34.5%다.(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 대상, ARS 조사는 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 24.2%, 응답률 2.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의총에서 최종 추인돼야 당론이 확정되기 때문에 아직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장윤기 사건으로 인해 국민이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문제 제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재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