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새벽 2시, 컨베이어벨트 위로 전국에서 모인 택배 상자가 쉼 없이 흘러간다. 자동분류 설비는 순식간에 목적지별로 화물을 나누고, 자율주행 로봇은 작업자 곁을 오가며 다음 작업을 준비한다.
관제실 모니터에는 전국 물류센터의 작업 현황과 배송 차량의 이동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관리자는 현장을 일일이 지시하기보다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영 상황을 점검한다.

사람의 경험에 의존하던 물류 현장이 이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물류산업은 오랫동안 '누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는 경쟁에서 최근 '누가 더 똑똑하게 운영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AI는 주문량을 예측하고, 물류 흐름을 분석하며, 배송 경로를 계산한다. 로봇은 반복적인 운반과 분류 작업을 수행하고, 작업자는 설비 운영과 품질 관리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한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앞에 선 기업 가운데 하나가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단순히 자동화 설비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AI와 로봇을 융합한 차세대 물류 환경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상품의 특성과 주문 정보를 AI가 분석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 흐름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작업 현장에서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활용해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등 안전관리 체계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로봇 기술이다.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반복적이고 부담이 큰 작업을 로봇이 맡고, 사람은 판단과 관리에 집중하는 협업 환경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 물류센터를 단순한 자동화 공간이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물류센터'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CJ대한통운의 방향이다.

한진은 AI를 '예측의 도구'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변하는 주문량과 물동량을 AI가 분석해 필요한 인력과 차량을 미리 배치하고, 배송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 내부에서는 자율이동로봇(AMR)이 작업자를 따라 이동하며 상품을 운반하고, 작업자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생산성을 높인다.
여기에 작업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접목해 물류 품질과 안전관리 수준도 함께 높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여기에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더했다. 회사는 스마트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AI 기반 자동 분류 시스템과 협동로봇을 확대 도입하며 물류 처리 효율을 높이고 있다.
배송 단계에서는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운송 경로를 찾고, 물류센터에서는 조명과 냉난방, 각종 설비를 AI가 제어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기술이 아닌 물류 효율 향상과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는 ESG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외에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AI와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전국 물류센터와 배송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로젠택배 역시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와 운영 시스템 개선을 확대하며 스마트 물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업마다 접근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어떤 기업은 AI와 로봇 기술 자체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어떤 기업은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둔다. 또 다른 기업은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AI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안전하게, 더 정확하게 물류를 운영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류기업의 경쟁력은 속도가 아니라 지능의 경쟁"이라며 "누가 더 빠르게 달리느냐보다 누가 더 똑똑하게 운영하느냐가 미래 물류시장의 승자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