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파리의 6월 17일~19일의 아침은 이미 뜨거웠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도시는 열기로 달아올랐지만, K-Expo Paris 2026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온도가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파리의 뜨거운 공기 위로, 한국이라는 이름이 가진 에너지와 열기가 더욱 뜨겁게 번지고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알던 한국이 있었고, 동시에 내가 미처 몰랐던 한국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앞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프랑스 청년들, 검은 한복을 걸쳐 입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던 소녀들, 떡볶이 한입에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끝내 "한 입 더"를 외치던 사람들. 한국 전통차의 향을 맡고 조용히 눈을 감던 노부부의 미소까지.
그 장면들은 하나같이 낯설면서도 벅찼다.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은 하나의 취향이었고, 감각이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화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K-문화가 특정 세대나 특정 인종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국 화장품 부스 앞에 늘어선 줄에는 십 대 소녀도, 백발의 어르신도, 다양한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서 있었다. 그 긴 줄은 단순한 구매 대기줄이 아니었다. 한국을 향한 호기심과 신뢰, 그리고 애정이 만들어 낸 하나의 풍경이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의외로 아주 작고 조용했다. 음식을 건넬 때, 그들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 들던 모습이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닐 텐데, 그들은 어느새 한국의 예(禮)를 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서툴지만 또렷한 한국어를 미리 준비해 다가오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K-문화를 향해 활짝 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사흘 내내 행사는 오전 10시에 시작되었지만 매일 아침,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파리식 오픈런이었다. 손에는 한국 제품으로 가득 찬 쇼핑백이 들려 있었고, 발걸음은 음식, 뷰티, 음악, 게임, 전통문화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이제 K-문화는 '신기한 것'을 넘어 '기대되는 것'이 되었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는 유행이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믿음이 되었구나.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서 마주한 이 뜨거운 환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주방에서, 누군가는 공장에서, 누군가는 연구실에서, 누군가는 작은 매장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 왔다. 떡볶이 한 그릇, 차 한 잔, 화장품 한 병, 그리고 작은 피클 한 컵에도 그런 시간이 쌓여 있었다.
그 정직한 시간의 맛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확히 알아본다. 말이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진심은 결국 통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더 화려하게 보이는 것보다 더 오래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일. 오늘의 감동이 내일의 실망이 되지 않도록 지켜 내는 일.파리에서 두 손으로 음식을 받아 든 그 마음에, 우리는 변하지 않는 품질과 진심으로 답해야 한다.

K-문화의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그 힘을 지켜 내는 것은 결국 기본이다. 맛의 기본, 품질의 기본, 약속의 기본. 파리 한복판에서 나는 K의 얼굴들을 보았다. 웃고, 기다리고, 맛보고, 감탄하던 수많은 얼굴들. 그 얼굴들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국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믿게 해 주세요"
그 믿음에 답하는 일. 그것이 이번 K-Expo Paris 2026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숙제이자, 가장 뜨거운 응원이었다.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